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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만 부처만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말이 있듯 그 사람이 가지는 생각의 틀(프레임)에 따라 주변 사물이 달라지게 된다. 인간은 다른 사물을 규정하기 위해 일종의 평가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 선입견 역시 대상을 평가하는 프레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평가기준이 일관적인 것이 아닌 주변 환경, 시간적인 요소 등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평가 기준이 달라지게 된다. 

조난당한 상황에서 물이 반밖에 안남았다와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동일한 대상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이 사고방식으로 인해 뒤이어 연달아 이어지는 행동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물이 반밖에 안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급격히 의욕을 잃고 삶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끈질기게 구조를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이유는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른 것에 관련이 있다. 만약 조난 당한 상황에서 구조의 진행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구조가 도착할 때까지 자신이 살수 있을지 죽을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남은 물의 양이 자신이 그 때까지 살 수 있는 양인지, 즉 모자라는 것인지의 평가가 정확해 질 것이다. 하지만 구조의 진행상황을 모른 다면 남아있는 물의 양이 적절한가에 대한 평가는 그저 추측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보가 제한되는 상황이라면 긍정적인 판단이 무조건 도움이 된다. 긍정적 판단 이 후의 행동들이 모든 가능성을 높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로 긍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 오히려 안좋게 작용한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판단으로 구조가 2일이면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모든 물을 마셔버리는 경우 구조에 일주일이 걸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By Joseolgon (Own work)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이렇듯 사물을 평가하는 프레임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하게 작용하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프레임을 자신에게 도움이되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하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즉 어떤 대상을 다양한 기준으로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악수를 예를 들자면 악수를 친교의 프레임을 볼 수도 있고 형식적인 인사 프레임으로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삶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프레임으로 대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프레임의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는 실수로 구입한 쓸데 없는 물건을 환불할 수 있지만 그 가계가 너무 멀어 환불을 하는데 시간적 손실이 너무 많다면 이 물건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언젠가 쓸일이 있겠지 혹은 없는 것보다 낫다 등의 기준을 사용해 합리화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프레임보다는 이 물건을 쓸데가 없지만 가격이 비싸지 않고 시간 낭비가 심하므로 환불을 하지 않겠다라고 효용 극대화를 위한 프레임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건을 친구가 대신 반품해 준다고 한다면 이때는 평가 기준으로 이 물건이 쓸모가 없다라고 생각해 반품을 하게 된다. 즉 상황에 따라 물건을 평가하는 프레임이 변한 것인데 2가지 모두 자신에게 자신의 심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재설정한 것이다. 이런 심리적 만족을 위한 합리화를 하는 프레임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프레임은 수학 문제 등을 풀 때도 적용된다. b라는 방법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a라는 방법만을 고집하다보면 문제를 영영 풀수 없을 것이다. 즉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면 문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성적이 3등인데 3등밖에 못했어 3등을 해서 기쁘다의 프레임으로 성적을 바라보는 경우 3등밖에 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현재는 고통만이 있을 것이고 1등을 하기 위해 고통스럽게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3등을 해서 기쁘다라고 생각한다면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프레임을 성적에 맞추지 말고 지식을 획득하는 즐거움, 공부를 하는 즐거움에 맞춘다면 공부를 하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1등을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는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의 개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 역시 세상의 모든 사물을 평가하는 잣대를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은 세상의 사물들을 주변 환경과 독립적이게 언제나 획일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주변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서 그 대상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엄마가 주방에서 일을 하며 칼을 들고 다녀도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길거리에서 칼을 들고 다니는 경우 큰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는 칼이란 도구가 위험한지를 평가하는데 그 칼 자체의 위험성보다 그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 누구며 그 칼을 들고 있는 상황과 장소가 개연성이 있는지 등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이란 그저 사물이 책인지 칼인지 후라이팬인지를 정확히 판별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 불과하고 추가적으로 대상과 대상의 개연성, 위치나 장소에 따른 개연성, 시간의 흐름에 따른 개연성이라는 것을 코드로 구현해야 인간과 비슷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다른 사람을 범죄자로 오판해 총을 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면 정상참작이라는 것이 가능하지만 로봇이 멀쩡한 사람을 개연성으로 인해 범죄자로 판단해 총을 쏜다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해도 로봇의 실수는 인간의 실수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로봇이 개연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100%의 정확한 상황판단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한다는 것은 인간과 로봇이 모두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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